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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엇갈린 선택_웹소설(장태풍 떡볶이)

웹소설작가

by 장태풍이 2025. 7. 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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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술집 안으로 들어오자,
분위기는 훨씬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잔은 몇 번이고 비워졌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웃음과 붉은 기색이 살짝 감돌았다.

그때, 주선자인 후배가 박수를 쳤다.

“자, 이제 커플 매칭 시간입니다!
여자분들은 소지품 하나씩 테이블에 올려주세요.
남자분들이 고르실 차례예요!”

장난기 가득한 환호와 웃음이 쏟아졌고,
여학생들은 어색하게 웃으며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조그만 거울, 향수, 핸드크림, 열쇠고리...
각자의 물건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졌다.

주선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럼 남자분들, 순서대로 골라주세요!”

첫 번째 친구가 재빠르게 향수를 집어 들었고,
두 번째는 주저 없이 핸드크림을 골랐다.

이제 태풍의 차례였다.

테이블 위엔 두 개의 물건이 남아 있었다.
은은한 펄이 들어간 민트색 거울,
그리고 작은 털실 토끼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

태풍의 시선이 거울에 머물렀다.

‘민주…’

민트색.
그녀가 고등학교 때 쓰던 파우치가 저런 색이었고,
봉사할 때 자주 꺼내 보던 거울도 꼭 저런 느낌이었다.

그 순간, 반대편에 앉아 있던 창현이
그 거울을 들고일어났다.

“이거, 내 스타일이야. 거울은 필수지.”
창현이 웃으며 말했다.

민주도 조용히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거야. 반가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앉은 채 대화를 이어갔다.

태풍은 거울에서 시선을 거두고
나머지 하나, 열쇠고리를 집어 들었다.

작은 토끼 인형.
한쪽 귀가 약간 풀려 있었고,
핑크 리본이 살짝 바래 있었다.

“오~ 귀엽다. 잘 어울리는데요?”
누군가 장난스럽게 말했고,
태풍은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매칭된 주인공 나와주세요!”

조용히 서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짝 쑥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태풍 앞에 앉았다.

“제 거예요. 골라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응. 잘 부탁해요.”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웃었다.

서영의 눈빛엔 불필요한 꾸밈이 없었다.
맑고, 단단한 눈빛.

태풍은 무심코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가는 시선을 느꼈다.
민주와 창현이 나란히 앉아 웃고 있었다.

민주도, 창현도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 있었지만
태풍은 뭔가 빠져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때 서영이 말했다.

“토끼 귀, 한쪽 찢어진 거 봤어요?”

태풍은 열쇠고리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그게 오히려 좋아요.
진짜 손에 닿은 물건 같아서.”

서영은 작게 웃었다.

“사람도 그런 것 같아요.
조금 망가진 부분이 있어야,
더 정이 가는 거.”

그 말에
태풍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잔을 돌리는 서영의 모습이 괜히 마음을 건드렸다.

낯설지 않은, 이상하게 따뜻한 기분.

태풍은 창밖을 바라보다
다시 민주를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고른 열쇠고리는
민주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서영의 손길이 깃든 물건이었다.
태풍은 점점 술에 취해간다. 
민주와의 엇갈린 인연이 계속되니
속상했다.

민주는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지만,
지금 그의 곁엔,
말없이 잔을 돌리던 서영이 있었다.

미팅은 어느덧 마무리되었다.
잔이 모두 비워졌고, 소란했던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주선자가 일어나 외쳤다.

“이제 커플끼리 2차 고고~ 다들 재밌게 보내요!”

분위기 좋게 웃으며 다들 흩어지기 시작했다.
민주와 창현은 먼저 자리를 떠났고,
서영과 태풍은 짧은 눈인사를 나눈 뒤
조용히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술기운이 살짝 남아 있었지만
서영의 걸음은 단정했고,
태풍도 자연스레 그녀의 옆을 걸었다.

밤공기는 살짝 서늘했고,
카페 창 너머로 따뜻한 조명이 번져 있었다.

둘은 조용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메뉴판을 펼치며 서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따뜻한 라떼 마실게요. 태풍 씨는?”

“그냥 아메리카노.”
태풍은 짧게 대답했지만,
말투엔 이전보다 부드러운 온기가 담겨 있었다.

주문을 마친 뒤,
두 사람 사이엔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건 어색함보다는 편안한 침묵에 가까웠다.

잠시 후
따뜻한 라떼와 아메리카노가 테이블에 놓였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두 사람 사이에 부드러운 공기를 만들었다.

태풍은 조용히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서영도 라떼 위의 거품을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떴다.

서로 말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 묵묵한 시간조차 어딘가 따뜻했다.

밖에서는 밤이 더 깊어지고 있었고,
카페 유리창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사진 속 장면처럼 잔잔했다.

“서영 씨.”
태풍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진짜 고마웠어요.
괜히 억지로 참여한 미팅이었는데…
지금은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영은 웃으며 말했다.

“나도 그래요.
처음엔 별 기대 없었는데,
이렇게 마주 앉아 있는 게…
좋네요.”

잔잔한 미소.
그 속에 담긴 작은 호감.

태풍은 그 미소를 천천히 마음에 담았다.
어쩌면,
민주를 향한 마음은
기억 속에 남겨둬야 할 페이지일지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커피잔 너머로 마주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웹소설 링크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ovelId=1189209&volumeNo=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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