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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햇살 아래, 너_웹소설(장태풍 떡볶이)

웹소설작가

by 장태풍이 2025. 7. 1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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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의 일주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수술 직후에는 마취가 풀리면서 밀려오는 통증과,
어쩐지 흐릿하게 엉켜 있는 감정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꽤 버겁게 느껴졌다.

몸은 움직이기 힘들고,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시간은 더디게만 흘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며칠이 지나면서부터
그 고통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병실 창가로 비치는 햇살,
조용히 다가와 약을 챙겨주던 간호사들의 손길,
그리고…
가끔 스치듯 마주치는 민주의 눈빛이
묘하게 마음을 덮어주는 듯했다.

그 눈빛엔 말을 걸지 않아도 전해지는
어떤 따뜻함이 있었다.

태풍은 퇴원을 앞둔 마지막 날,
침대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며
그 일주일을 되짚어보았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이름.
지워냈다고 믿었던 기억.
그 모든 것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건
민주가 조용히 수술실 앞에서
자신을 불렀던 순간부터였다.

그리고 지금,
그 감정은 완전히 낯설지 않게 그의 가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퇴원 준비 되셨죠?”
간호사의 목소리에 태풍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늘 그렇듯 친절한 미소로 말했고,
뒤이어 담당 의사도 병실을 찾았다.

“상처 회복이 안정적이에요.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무리하지 마시고,
지속적인 소독과 진통 관리 잘 하셔야 합니다.”

태풍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건…
선생님들과 간호사분들 덕분이에요.”

그 말에 모두가 웃었고,
그중에서도 민주 역시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도
무언가 따뜻한 것이 전해졌다.

퇴원 수속을 마친 후,
태풍은 병원 1층 로비를 지나
바깥 벤치에 앉았다.

가볍게 부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낮은 햇살이 무릎 위 가방을 따뜻하게 덮고 있었다.

잠시 후,
민주가 조용히 다가왔다.

수간호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의 휴식시간을 내어 온 듯했다.

“퇴원하니까 기분 좋지?”
민주가 벤치 옆에 앉으며 말했다.

태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해.
생각보다, 여기 정이 들었나봐.”

민주는 작게 웃었다.

“원래 아프면 정 드는 곳이야.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말랑해지잖아.”

그 말에 태풍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햇살에 비친 민주의 옆모습은
조용하고 단정했다.

그녀는 여전히 말수가 적었지만,
그 적은 말 속엔 늘 진심이 있었다.

“근무는 어때?”
태풍이 조심스레 물었다.

“응, 바쁘지.
몸이 고단하긴 한데,
사람 손길 닿는 일이니까… 싫진 않아.”

“…힘들진 않아?”

“가끔. 근데 일 끝나고 누우면
내가 오늘 누군가한테 도움을 줬다는 느낌이 남아.”

그 말에 태풍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는 참, 변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예전처럼 무던했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알았고,
또… 여전히 무언가를 안고 있는 눈빛이었다.

태풍은 순간 망설이다가
말끝을 조심스레 꺼냈다.

“혹시… 남자친구는 있어?”

민주는 물컵을 내려놓으며
잠시 시선을 멀리 두었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작년쯤 헤어졌어. 오래 가진 않았어.”

간결한 대답이었다.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태풍은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어쩐지
조용한 안도감으로 번졌다.

굳이 묻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 대답은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끝날 무렵,
태풍이 주머니 속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열었다.

“…연락처, 물어봐도 돼?”

민주는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
놀라지 않았고,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 주었다.

“응, 괜찮아.”

단순한 그 대답 속에
수많은 감정이 스며 있었다.

태풍은 그녀의 손에서 건네받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그 말에는,
미안함도, 기쁨도,
그리고 오래 걸린 용기도 담겨 있었다.

병원을 떠나는 길,
태풍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지나온 감정들이 잔잔히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 마음 어딘가에서
작은 불빛 하나가 켜지는 것 같았다.

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 짧은 번호 교환이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의 첫 장이라는 걸
서로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태풍은 병원을 떠나며
민주가 준 번호를 천천히 눌러보았다.
아직 저장하지 않은 이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대화.

하지만 분명히,
그건 한 발짝 내디딘 변화였다.

햇살은 따뜻했고,
기억은 묘하게 먼 곳으로 이끌렸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
대학교 축제의 소란한 무대 뒤편.
그날,
그도 모르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던 순간이 있었다.

 

웹소설 링크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ovelId=1189209&volumeNo=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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