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가 오지 않은 그 일요일 이후,
태풍의 일상은 무언가 빠진 듯 허전했다.
문자도, 전화도, 그 어떤 연락도 없이 조용히 흐른 시간.
태풍은 매일 아침 핸드폰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밤이면 답장이 없는 메시지를 보며 눈을 감았다.
책상 서랍 속 편지는 여전히 고이 접혀 있었고,
장미는 시들었으며,
태풍의 마음 역시 조용히 식어가고 있었다.
점심시간마다 창가에 기대어 멍하니 바람을 맞았고,
교실의 소음은 더 이상 그의 귀에 닿지 않았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태풍만 혼자 멈춰선 듯했다.
그리고 금요일 오후,
양로원 활동을 마친 뒤 지애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민주… 아직도 연락 없지?”
“응. 그냥 기다리는 중이야.”
태풍은 애써 담담히 말했지만,
그 속엔 걱정과 불안이 엉켜 있었다.
토요일 밤, 태풍은 꺼내지 못한 편지를 다시 펼쳤다.
‘민주야,
처음 버스에서 널 봤을 때,
그 따뜻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어.
함께한 시간 동안 나는 너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됐고,
그 마음을 후회 없이 전하고 싶었어.’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태풍은 비로소 눈을 감고 웃을 수 있었다.
비록 전하지 못하더라도,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일요일 아침.
태풍은 다시 민주의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번엔 장미도, 편지도 없이.
그저 조용히,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날도 민주는 오지 않았다.
버스도, 양로원도,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날 오후, 지애가 핸드폰 화면을 조심스럽게 보여줬다.
‘지애야, 나 오늘 아버지 장례식이야.
나중에 이야기할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줘.’
태풍은 그 문장을 읽고 멍하니 섰다.
민주의 아버지? 그는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애는 조심스레 설명했다.
민주의 아버지는 그녀가 열 살 때 집을 나가셨고,
그 뒤로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고.
그런 아버지가 얼마 전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고,
병원에서 말기 투병 중이었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날 저녁, 태풍은 조용히 장례식장을 찾았다.
검은 정장과 무거운 침묵,
사람들의 조용한 조문 속에서
민주는 홀로 영정사진 곁에 앉아 있었다.
태풍이 다가가자,
민주는 고개를 들었다.
충혈된 눈 속에 담긴 감정은 복잡했지만,
그 안엔 담담한 평온도 비쳤다.
“왔구나…”
태풍은 말없이 그녀 곁에 앉아
그녀를 위로했다.
민주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어릴 때 우리를 떠났어.
엄마랑 나, 정말 힘들게 살았거든.
근데 병원에서 내 이름을 불렀대.
미안하다고, 보고 싶었다고…”
민주의 눈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고여 있었다.
원망과 용서, 슬픔과 안도…
“그런 마지막이니까… 나도 모르게 용서하고 싶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분명했다.
태풍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런 마음, 말로 다 안 해도 돼.”
민주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그날 밤, 태풍은 혼자 밤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려 주는 것 밖에 없다.
그녀가 다시 걸어 나올 그날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자.
웹소설 링크 :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ovelId=1189209&volumeNo=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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